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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리뷰]플레인센스(Plane Sense)-지식의 경계를 누비는 경이로운 비행 인문학
    리뷰 2020. 11. 10. 1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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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플레인센스(Plane sense)

     

    -지식의 경계를 누비는 경이로운 비행 인문학-


     

    "에어라인 비행의 안전은 항공 당국의 규정이나 기장의 스킬로만 확보되지 않는다. 한 사회의 항공 안전 수준은 조종사와 승무원, 관제사, 그리고 승객들의 비행에 대한 이해와 그 사회의 문화가 서로 얽히고설켜 만들어낸 결과다."

     

      오늘 소개해드릴 책, '플레인 센스'(김동현 저)는 비행에 대한 폭넓은 지식과 함께 실제 사례를 토대로 항공 안전에 대하여 다루고 있으며, 비행기와 관련된 자연과학(, natural science) 지식을 알기 쉽게 풀어서 설명하는 동시에 인문학(, humanities)의 관점에서 에어라인 비행을 바라보는 인간의 가치관과 문화를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항공기는 최첨단 과학기술력의 집합체이지만, 이러한 항공기의 운항/이용, 항공 산업의 운영은 인간에 의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책 내용 중, 비행을 바라보는 인간의 가치관과 문화와 관련하여 제가 인상깊게 읽었던 내용 일부를 소개합니다.

     

    ▶한 사회의 문화와 안전의식, 인간의 가치관이 항공 안전에 미치는 영향

    (227P~) 비상회항은 항공사의 큰 추가 비용과 승객의 불편을 동반한다. 이런 비용과 불편에 대한 고려가 조종사들에게 미치는 무언의 압력을 커머셜 프레셔(Commercial Pressure)이라고 하는데, 미 항공 당국은 비상사태 발생시 기장이 커머셜 프레셔에 흔들리지 않고 즉각적인 회항을 하도록 법제화했다. 안전보다 비용이나 편의를 우선시하는 사회에서는 비상회항을 한 비행기의 화재경보가 오작동임을 밝혀졌을때 기장의 결정을 잘못된 것이라 비판하는 경우가 있다. 이런 결과론적 비판은 기장의 대응을 지연시키는 심리적 압박 요소로 작용한다. 똑같은 비상상황에서 그 사회가 갖고 있는 안전 의식의 수준에 따라 조종사의 대응과 결과가 전혀 달라지는 것이다.

    (166p) 수백명의 승객이 탑승하는 에어라인 비행의 우선순위는 안전성>쾌적성>정시성>경제성이다. 안전이 확보되지 않으면 정시성이나 경제성은 고려의 대상이 아니다. (중략) 기업의 목표는 수익을 올리는 것이다. 단기적으로 경제성에 가장 부합하는 정책은 정시성이다. 출발한 비행기가 정시에 도착해야 다음 비행편도 제때 출발할 수 있다. 반면 안전성은 얼핏 경제성과 가장 멀리 떨어져 있는것처럼 보이기 쉽다. 그러나 에어라인 비행의 본질을 꿰뚫고 있는 경영자는 아무리 사업 환경이 나빠져도 단기적 수익을 위해 조종사들에게 연료를 아끼며 다니라든가 지연 운항을 하지 말라는 요구로 기장의 비행을 압박하지 않는다. 항공사업은 장기전이며 안전이 무너지는 순간 그동안 쌓아온 모든 것들이 한꺼번에 무너진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비행기 설계 과정에 녹아 있는 인간의 가치관 : Chapter5. 강인함과 섬세함의 경쟁, 보잉과 에어버스

      (273p~)보잉과 에어버스의 시스템 차이는 기계와 그 기계를 다루는 인간을 바라보는 관점이 서로 다른데서 비롯된다. 

      윌리엄 보잉은 목재에 대한 전문 지식과 스스로의 조종 경험을 통해 무엇보다 튼튼한 비행기를 만들려고 했다. '비행기를 통제하는 최종 권한은 언제나 조종사에게 있다.' 인간이 만든 어떤 시스템도 완벽하지 않기 떄문에 컴퓨터가 조종사의 판단에 우선할 수 없다. 따라서 보잉 비행기는 컴퓨터가 비행기를 통제하는 자동 비행 중에도 조종사의 조종 개입이 가능하다.

      반면 처음부터 수백 명의 승객이 탈 수 있는 첨단 비행기, 에어버스를 설계한 로저 베테유의 철학은 '인간은 실수할 수 있는 존재'라는 것이었다. 보잉이 조종사에게 어떤 상황에서도 비행기를 통제할 수 있는 전권을 준 것에 비해 에어버스는 비행기의 컴퓨터가 조종사의 조적을 감시하고 제한하게 했다. 에어버스 비행기에서 조종사의 모든 조작은 일단 컴퓨터로 입력된다. 컴퓨터는 입력된 조종사의 명령이 항공기의 역학적 안정성을 벗어나지 않는 범위 내에 있는지 검토하여 조종사가 과도하게 비행기를 들어올리면 컴퓨터가 비행기의 기수를 제한하고, 안전한 속도를 유지한다.

      인간을 바라보는 보잉과 에어버스의 철학은 조종실의 레이아웃에 그대로 반영되어 있다.

     

     

     

     

     


    "모든 비행규정은 피로 쓰였다.(All aviation regulations are written in blood)"

     

      Chapter4. 불타는 알루미늄 캔, 기내 화재 에서 다루고 있는 기내 화재 사건들을 읽다보면, 금은 당연시 되는 엄격한 공항 보안 검색과 비행규정이 수많은 희생을 치른 뒤 보완된 것임을 알 수 있습니다. 여기에서 다루고 있는 수많은 사고들과 그 원인들을 살펴봄으로써 비행기를 이용하는 승객들이라면 누구나 자신과 다른 승객들의 안전을 위해 반드시 알고 지켜야 할 수칙들을 이해할 수 있습니다.

     

    Chapter4의 내용 중 항공 안전에 관한 내용 일부를 소개합니다.

     

    ▶산소마스크는 몇초 안에 써야 할까? - 여객기는 객실 내부의 압력이 사람에게 산소가 필요할 정도까지 떨어지면 산소 마스크가 자동으로 내려온다. 산소마스크가 떨어지면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생각할 것이 아니라 무조건 빨리 마스크를 잡아당겨 30초안에 코와 입에 대야 한다. 그러나 실제 비행 중 산소마스크가 떨어졌을 때 대부분의 승객들은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둘러보거나 옆사람과 얘기를 하다가 크리티컬 타이밍을 놓친다. 인간의 뇌세포는 단 몇 초만 산소 공급이 끊겨도 치명적인 손상을 입으며, 그 고도에서 의식을 잃지 않고 버틸 수 잇는 시간이 몇십 초도 안된다는 사실을 모르기 때문이다.

     

     

     

     

     

     

     

    식후 흡연 습관이 불러온 참사 - 바리그 820편 비행기가 화염에 휩싸인채 추락하고, 대부분의 승객들이 사망한 채 발견된 끔찍한 사고의 원인이 객실 후방 화장실 쓰레기통에 버려진 담배꽁초에서 시작된 화재였다는 것. 공식 사고조사보고서가 발표된 후 미연방항공국은 미국을 운항하는 모든 여객기의 화장실에 흡연 금지 경고문을 부착하고 재떨이를 설치하도록 규정했다. 

    현재 대부분의 국가는 기내에서 전자담배를 포함한 모든 형태의 흡연을 항공법으로 금지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승객이 몰래 화장실에서 흡연을 할 경우 천장에 설치된 화재감지기가 조종실과 객실에 화재경보를 발령한다. 이때 객실승무원은 즉시 화재경보가 발령된 화장실 문을 열고 화재 상황을 확인해야 한다. 이를 위해 화장실 문은 안에서 잠가도 밖에서 잠금을 해제할 수 있게 제작되어 있다.

    비행 중 화장실에서 화재경보가 발령되면 기장은 화재 진압 여부와 관계없이 화장실에서 흡연을 한 승객을 도착국 경찰에 인계하고 항공 당국에 보고해야한다. 아직까지 우리나라는 기내 흡연 승객을 훈방이나 벌금형에 처하는 편이지만, 항공안전법이 엄격한 나라에서는 착륙 후 승객을 체포해 정식 재판에 넘기기도 한다. 실제 미국에서는 기내 흡연자에 대한 법정 판결에서 2년의 실형을 선고한 사례가 있다.

     

     

     

     

     

    ▶리튬배터리 폭발-항공사와 보안 당국이 승객들의 수하물과 소지품을 전수조사하고 있지만 승객의 자발적 협조 없이 항공사와 보안 당국이 모든 승객의 소지품과 수하물에서 리튬배터리를 100퍼센트 걸러내는 것은 불가능하다. 걸러지지 않은 리튬배터리가 화물칸에서 폭발한 비행기들은 크건 작건 모두 구조적 손상을 입거나 조종 시스템이 훼손되는 결과를 맞았다. UPS 006편에 이어 아시아나 991편의 사고가 리튬배터리의 폭발로 인한 것이었음이 밝혀지자 국제민간항공기구는 서둘러 리튬배터리의 항공 운송을 제한하는 새로운 안전 기준 마련에 착수했다.

      휴대전화와 같이 리튬배터리가 내장된 개인 전자기기의 기내 반입이 허용된 것은 휴대전화의 리튬배터리가 위험하지 않아서가 아니다. 객실에서 리튬배터리가 폭발하면 승객과 승무원이 즉시 화재를 인지하고 진압을 시도할 수 있기 떄문에 화물칸에서 발생하는 화재보다 상대적으로 덜 위험하다는 것 뿐이다.

     

    ▶"SAVE YOUR LIFE BEFORE YOUR LUGGAGE" - 비상탈출을 지휘하는 승무원의 가장 큰 장애물은 승객들이 너도나도 소지품을 먼저 챙기려고 한다는 것이다. 비행기의 날개는 모두 거대한 연료탱크다. 날개 밑에 달린 엔진에서 화재가 발생하거나 비상착륙하는 과정에서 날개가 손상되면 항공기는 단 몇십초 안에 폭발할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가방을 챙기기 위해 선반을 여는 것은 자신 뿐 아니라 다른 승객의 생명까지 위협하는 참으로 안타까운 행위가 아닐 수 없다. 

     

     

     

     

     


    목차 - 1~7챕터까지의 다양하고 생생한 항공 사례를 통해 비행에 대한 상식을 얻고 싶은 분들에게 이 책을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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